소크라테스와 아기발걸음

06 Mar 2019 » Story

이 글은 popit - 애자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안영회)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글입니다. 미리 읽고 보셔야 편합니다.

작년 가을, 그러니까 2018년의 10월에 안영회 선배님의 초대로 성동찬님이 주최하는 일명 ‘옥상 밋업’에 함께 했었다.

전현직 개발자 5명이 모여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잠시 스치듯이 지나간 인물이 ‘소크라테스’였다.

거기다가 눈앞에 있는 안영회 선배님은 Agile에 대한 얘기를 평소에 많이 해주시기도 했고, 이 두 키워드는 사실 굉장히 밀접하다고 생각하는 관계라 그 이후로 이 얘기를 한번 풀어보려 했었다.


뭐 철학을 매우 깊게 전공한건 아니지만 학사 논문을 플라톤으로 썼고, 그러다 보니 소크라테스까지 섞여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런 저런 얘기가 많지만, 여기서 철학적/역사적으로 깊이 파고들어가는 의미는 없을 것 같고..

소크라테스를 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이것.

너 자신을 알라

내가 학교 다닐때는 교과서에도 실려 있었고, 아마 지금도 실려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 유명한 말이다.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금 옆으로 샜다가, 저 말에 대한 설화를 보았다.

그 얘기를 기억나는대로 풀어보면 이런 내용이었다.

소크라테스는 누구에게 배움을 청할지 고민하다 델포이 신전에 묻기로 한다.
“세상에서 제일 현명한 사람이 누구입니까? 전 그에게 가르침을 청하고 싶습니다.”
돌아온 신탁은 이러했다.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자는 소크라테스이다.’

소크라테스는 다시 물었다.
“왜입니까. 저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습니다.”
신은 다시 대답했다.

‘소크라테스는, 그가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

신탁인지 뭔지, 그리고 저 설화가 정말 수천년전의 그 시절부터 전해져오는 얘기인지 후세에 덧붙여진 얘기인지를 떠나서

저것이 ‘너 자신을 알라’라는 문장 뒤에 숨겨진 내용이고, 서두에 인용한 글에서도 같은 문장을 언급한다.

여기서 말하는 ‘아기 발걸음’ 이란 것은 (최소한 내 주변의) 개발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 단어인데,

저 ‘아기 발걸음’을 위해서는 결국 내가 아기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정해야 한다.

내가 스스로 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어른이 아기 발걸음을 걸을수는 없다. 흉내낼 뿐이다.

내가 신이 아님을, 완벽할 수 없음을, 그래서 아무리 오랜기간 예측해봐도 세상은 언제나 예측 밖의 불확실성으로 나에게 빅엿을 선사함을 인정해야 한다.

어떤 조직 혹은 사람은 오류의 발생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따라서 이슈 숫자를 줄이려고 한다.

문제를 공유하기보다는 숨기기에 급급하다.

내가 만들때의 예측이 지금과는 다르다는 것을, 혹은 시간이 지나서 달라졌음을 인정하고(변화)

내가, 그리고 세상 그 누구도 모든 것을 알 수 없으니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걸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상호작용)

그런것이 없이 그저 무슨무슨 툴을 쓰고 무슨무슨 방법론을 쓴다고 Agile 조직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건 그냥 어른이 아기 발걸음을 흉내내는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한걸음 더 걸을 수 있기를,

내일의 우리 제품 혹은 서비스가 오늘의 우리 제품/서비스보다 조금 더 나아지기를 목표로 하자.


Tags : Agile , philosophy